관점

훈화로 끝나는 글이 지루한 이유

윤문 · 2026.09.17

초등학교 일기의 마지막 문장은 정해져 있었다. “참 즐거운 하루였다.”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는 그 문장을 쓴다. 말만 바뀌었다. “이날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었다.” “이 경험은 내 삶을 돌아보게 했다.”

이 문장들이 지루한 이유는 거짓이어서가 아니다. 읽는 사람이 이미 알기 때문이다. 앞의 아홉 문장을 읽었으면 열 번째 문장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안다. 그걸 굳이 적으면 독자를 못 믿는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잘 쓰는 사람들은 마지막 문장을 다른 것으로 채운다. 네 가지가 있다.

사실로 끝낸다. “수수료가 600원이었다.” 감정은 독자가 만든다. 동작으로 끝낸다. “담배를 주머니에 넣었다. 강을 등졌다.” 질문으로 끝낸다. 단, 스스로 답하지 않는다. 다음 일정으로 끝낸다. “내일은 양말을 찾아야 한다.” 일기가 하루로 닫히지 않고 다음 날로 열린다.

한 가지 시험이 있다. 다 쓴 글의 마지막 문장을 지워 본다. 글이 무너지면 그 문장은 필요한 것이다. 글이 오히려 단단해지면 그 문장은 훈화였다. 열에 여덟은 후자다.

이 사이트의 진단이 “훈화 종결”을 잡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규칙은 단순하다. 마지막 문장에 ‘배웠다’, ‘깨달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본질’이 있으면 밑줄을 긋는다. 밑줄이 그어지면 그 문장을 지우고 그 앞 문장이 끝인지 보라. 대개 그렇다.

읽은 대로 써 봤다면, 붙여 넣고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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