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

왜 작가 이름 대신 좌표인가

윤문 · 2026.09.17

이 사이트를 만들면서 제일 오래 붙든 결정은 작가 이름을 화면에서 빼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김훈처럼” “이슬아처럼” 쓰고 싶어 한다. 그 말을 그대로 받으면 장사가 된다. 그런데 안 되는 이유가 셋 있었다.

첫째, “김훈처럼”은 명령이 아니라 기분이다. 김훈의 기자 시절 산문과 소설의 문장은 다르다. 같은 소설 안에서도 전투 장면과 회상 장면이 다르다. “김훈처럼”이라고 하면 그중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반면 “짧게, 차갑게”는 측정할 수 있다. 문장 길이와 감정어 수를 세면 된다.

둘째, 문체는 조합이다. 짧은 문장은 김훈에게도 있고 이슬아에게도 있다. 차이는 온도다. 한쪽은 감정을 사물에 맡기고 물러서고, 한쪽은 감정을 사물에 맡기고 옆에 앉는다. 결 하나에 온도 넷. 작가 한 사람은 그중 한 칸에 있을 뿐이다. 칸을 배우면 작가 없이도 그 칸에 갈 수 있다.

셋째, 이름은 그 사람의 것이다. 문체에는 저작권이 없지만, 이름을 걸고 장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래서 진단 화면에는 이름이 없고, 사람들 탭에 참고 문헌으로만 적는다. 그 칸의 글을 실제로 누가 썼는지 알고 싶은 사람만 들어가서 본다.

그렇게 해서 남은 것이 스물네 칸이다. 칸마다 이름을 붙였다. 이름은 “짧게·차갑게” 같은 좌표가 아니라 “말을 아끼는 사람” 같은 문장이다. 좌표는 재는 사람의 말이고, 이름은 읽은 사람의 말이다. 진단 결과에 둘 다 나오는 이유다.

읽은 대로 써 봤다면, 붙여 넣고 확인해 보세요.

진단하기
광고 자리 (콘텐츠 페이지 본문 끝 한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