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
브랜드가 존댓말을 쓸 때 잃는 것
클라이언트가 카피를 고쳐 달라고 가져오면 제일 먼저 보는 것이 어미다. 내용보다 먼저다. 한 페이지 안에 “~합니다”와 “~해요”가 섞여 있으면 그 브랜드는 아직 자기가 누구인지 정하지 않은 것이다.
합쇼체(“~합니다”)는 거리를 둔다. 은행, 관공서, 법률. 신뢰가 필요하고 친밀은 필요 없는 곳. 해요체(“~해요”)는 옆에 선다. 앱의 안내문, 동네 가게, 뉴스레터. 친밀이 필요하고 권위는 필요 없는 곳. 반말(“~한다”)은 선언이다. 광고 헤드라인, 슬로건. 독자를 향하지 않고 세상을 향한다.
셋 다 옳다. 문제는 섞을 때다.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편하게 쓰세요.” 앞 문장은 은행이고 뒤 문장은 친구다. 독자는 그 사이에서 브랜드의 체온을 못 잡는다.
어미를 하나로 고정하면 잃는 것이 있다. 합쇼체로 고정하면 유머를 잃는다. 해요체로 고정하면 무게를 잃는다. 반말로 고정하면 독자를 잃는다. 그래서 고르는 것이다. 무엇을 잃을지를.
잘하는 브랜드는 하나를 고르고 그 안에서 온도를 조절한다. 해요체 안에서도 “해 주세요”와 “해도 돼요”는 온도가 다르다. 후자가 강요 대신 제안이고, 이 사이트가 그 칸에 “냉철하지만 무례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다.
진단에 글을 넣으면 반말과 존댓말이 섞였는지 먼저 본다. 섞였으면 어느 쪽이 많은지 세고, 적은 쪽을 고친다. 대개 그것만으로 글이 한 사람의 목소리가 된다.